또다시 훌쩍 다가왔다. 더위가 언제 물러가나 싶었는데, 어느덧 한가을이다.
가을은 찬연한 봄과 달리 차분하고 선명하다. 시간이 그려내는 색의 변화가 모든 산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그 변화는 은근하지만 멈춤이 없다.
내장산 국립공원으로 이어진 정읍과 장성 역시 추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추의 화려한 피날레를 떠올렸다.
▲ 장성 백양사 대웅전과 백암산(장성=연합뉴스) 박창기 기자 = 백양사 대웅전 뒤로 하얀 바위가 돋보이는 백암산 백학봉이 병풍처럼 서 있다. 백학봉은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백양사는 조계종 5대 총림으로 꼽히는 큰 사찰이다. changki@yna.co.kr
◇ 단풍을 고대하는 내장산의 산사
내장산의 본래 명칭은 ’영은산’이다. ’영은사’(靈隱寺)라는 절이 있던 데서 비롯됐다. 그런데 산 안에 숨겨진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연유로 이름이 바뀌었다. 내장산(內藏山)의 한문을 풀면 ’안에 감춰져 있다’는 의미다.
백양사는 내장산이 품고 있는 보물 가운데 하나다. 엄밀히는 내장산과 산세가 연결된 백암산에 자리한다.
내장산으로 통칭되는 ’내장산 국립공원’은 사실 내장산, 백암산(白岩山), 입암산(笠岩山) 등 세 개의 산으로 이뤄져 있다. 백양사 뒤에는 이름처럼 하얀 기암이 돋보이는 백암산이 병풍처럼 서 있다.
| ▲ 백양사 연못에 드리워진 그림자(장성=연합뉴스) 박창기 기자 = 백양사 연못 수면에 산과 나무의 그림자가 반사됐다. 백양사는 봄과 가을의 경치가 아름다운 절이다. changki@yna.co.kr | ||
’봄에는 백양, 가을에는 내장’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백양사는 봄의 경치가 미려하다. 상록수인 비자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벚나무가 어여쁜 꽃봉오리를 터뜨린다.
하지만 가을의 백양사 역시 아름답다. 특히 관상용으로 많이 식재되는 아기단풍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외에도 10여 종에 달하는 단풍나무가 고운 빛깔을 뽐낸다. 이처럼 단풍나무의 종류가 다양한 곳은 많지 않다.
백양사에서는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조계종 5대 총림으로 꼽히는 사찰의 경내도 유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삼국시대에 창건된 백양사는 지금도 40여 개의 절을 거느리는 큰 가람이다.
계곡을 막아 만든 연못 주변에 세워진 쌍계루(雙溪樓)를 지나면 본당인 대웅전, 백양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각인 극락보전 등이 오밀조밀 배치돼 있다. 건물이 많아서인지 일반적인 사찰과는 구조가 조금 다른 편이다.
◇ 고뇌를 씻어주는 단풍 터널을 거닐다
▲ 붉은 단풍으로 물든 내장산 내장산 탐방로가 색색의 단풍으로 물들었다. (연합뉴스DB)
영은사 터에 지어진 내장사는 슬픈 역사를 지닌 절이다. 1천400년 동안 소실과 재건을 수차례 반복했다. 임진왜란, 한국전쟁 등 전란이 터질 때마다 허물어졌다.
불운은 근자에도 계속됐다. 단풍이 한창이던 2012년 10월 31일 대웅전이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웅전이 있던 자리에서는 가림막 너머로 복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가을철에 내장사를 찾은 사람들의 관심은 절이 아니라 오로지 단풍에 쏠린다. 단풍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진경을 보려는 행락객으로 북새통이 된다. 평소 텅 비어 있는 야영장 부근 주차장에도 차가 붐빈다.
내장산이 단풍으로 유명해진 데는 그럴듯한 과학적 이유가 있다. 단풍은 온도, 햇빛, 수분 등에 의해 색이 결정되는데, 내장산은 단풍에 좋은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 30년간 10월의 평균 일조시간을 살펴보면 내장산은 206.3시간으로 설악산, 지리산보다 더 길다. 또 10월의 일교차도 12도로 큰 편이다. 새벽과 한낮의 기온 차이가 클수록 더 붉고 노란 단풍이 든다.
단풍 터널이 시작되는 내장사 일주문
▲ 단풍 터널이 시작되는 내장사 일주문(정읍=연합뉴스) 박창기 기자 = 내장사 일주문에서 절까지 이어지는 300m 길에는 단풍나무 108그루가 심어져 있다. 1958년 식재된 단풍나무는 50여 년이 흐르면서 아름드리가 됐다. changki@yna.co.kr
내장사 탐방로는 상점가와 매표소를 통과하면 시작된다. 작은 개울을 따라 걷기 좋은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울긋불긋한 단풍에 눈길을 주다 보면 연못 위에 떠 있는 정자인 우화정에 이른다. 수면에 비친 그림자가 인상적이어서 발길을 멈추게 된다. 우화정 너머에는 내장산의 생태계와 단풍에 대해 알아보고, 산행 장비를 빌릴 수 있는 탐방안내소가 있다.
내장사 단풍의 백미는 일주문에서 절에 이르는 300m 길이의 ’단풍 터널’이다. 1958년 내장면장이 단풍나무를 가져와 심었는데, 5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아름드리가 됐다.
길옆에 늘어선 단풍나무는 모두 108그루로 불교에서 말하는 번뇌의 가짓수와 같다. 아늑한 길을 걸으며 마음속의 아픔과 고민을 털어내라는 바람이 담겼다.
단풍 구경은 내장사에서 마무리되지 않는다. 여러 갈래로 나뉘는 등산로를 선택해 산행을 하면 또 다른 비경이 펼쳐진다.
▲ 내장산의 명물, 케이블카(정읍=연합뉴스) 박창기 기자 = 내장산에는 산중턱까지 운행되는 케이블카가 있다. 케이블카 정류장 주변에는 백련암이 보이는 전망대가 있고, 연자봉으로 갈 수 있는 계단도 설치돼 있다. changki@yna.co.kr
힘이 부치는 사람은 백련암, 사랑의 다리를 거쳐 내장사로 돌아오는 경로가 적당하다. 반면 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연자봉, 신선봉, 까치봉을 종주하는 코스에 도전하면 된다. 케이블카를 타면 내장사와 연자봉 사이의 중턱까지 갈 수 있다.
(정읍·장성=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