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미스터 주부퀴즈왕>의 한 장면.
부부가 살다보면 실직이나 사업실패 등의 경제적인 문제, 배우자의 외도, 시부모나 장인장모와 불화, 자녀양육에 대한 가치관의 대립 등이 원인이 되어 갈등을 겪게 된다.
정말이지 그 좋던 시절에 단 한번도 상상을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는데 대해 무방비 상태로 맞이하는 것이다. 아무리 서로간에 최상의 모습을 보며 꿈같은 미래를 약속하며 현실에 닥친 상황이 더 악화되면 이혼에 이를 수 있다.
이혼 등 가족법 분야 전문 변호사인 법무법인 가족 엄경천 변호사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갈등을 겪게 되는 일 중 하나는 가사분담에 대한 것"이라며 "특히 맞벌이 부부는 가사분담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부에게 자녀가 생기면 가사분담은 더욱 큰 쟁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혼으로 싱글맘으로 살고 있는 A씨의 얘기다.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어요. 퇴근하면서 어린이집에서 애들 데리고 집에 오면 그때부터 정신이 없어요. 같이 살 때는 몰랐는데 막상 별거해보니 남편이 얼마나 집안일을 많이 했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저에게는 나쁜 남편이었지만 애들에게도 너무 잘했고, 정말 가정적인 부분이 많았는데 저는 그땐 잘 몰랐었어요. 이혼하려고 별거를 시작했는데 이혼까지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 한국 남편들의 가사분담 비율이 북유럽 국가들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4’ 보고서 집필자인 한경혜 교수(서울대 아동가족학과)와 홍승아 센터장(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정책센터)이 아시아 4개 국가(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과 북유럽 4개 국가(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서유럽 3개 국가(영국, 프랑스, 독일), 남미의 멕시코 등 모두 12개 국가의 만 20세 이상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여실히 들어났다.
또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의 자료기준으로 식사 준비, 세탁, 집안 청소, 장보기, 아픈 가족 돌보기, 소소한 집안 수리 등 6개 항목을 비교·조사한 결과, 일본 남편들의 종합적인 가사부담률이 12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 남편들은 6개 항목 가운데 꼴찌는 없었지만 전 항목 하위 2~3위를 기록했다. 다시말해서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등 세태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적 태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남편들은 6개 항목 중 절반인 3개(세탁·아픈 가족 돌보기·아내의 소소한 집안 수리)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참여 비율을 보였다.
홍승아 센터장은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한국과 일본에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있는 것이 이런 조사 결과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부가 가사분담만으로 서로간의 갈등을 겪는 건 아니다.
최근 법무법인 가족(대표변호사 엄경천)이 지난 5년간 진행된 이혼사건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원고 또는 반소원고인 사건 가운데 이혼사유로서 ‘남편의 낮은 가사분담’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은 채 10%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남편의 가사분담 비율이 서구 국가는 물론이고 같은 동아시아 국가 내에서도 대만이나 필리핀보다 낮은 상황에서 이혼사유로 남편의 낮은 가사분담이 직접적인 이혼사유가 되지 않는 것은 흥미로운 결과다.
이와 관련하여 가족법 분야 전문변호사인 엄경천 변호사는 “한국 여성들이 남편의 낮은 가사분담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가사 분담 문제 이외의 문제, 예컨대 실직이나 사업실패 등 경제적인 문제를 비롯하여 외도나 시부모나 장인장모와의 갈등 외에도 가사분담 또한 부부갈등의 간접적인 원인 중 하나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어떤 것일까.
엄 변호사는 “이혼의 최종 원인은 결국 대화불능"이었다며 "이해 부족이 대화불능의 직접적인 원인이긴 해도 결국 밑바닥에는 가사분담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소재 법원의 한 가사조사관은 “이혼사유로서 남편의 낮은 가사분담이 이혼소송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사회 전반적으로 남편들의 가사분담이 낮기 때문에 아내들의 남편의 가사분담에 대한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에서는 남편은 사회생활, 아내는 가사 및 양육이라는 전통적인 태도와 성 역할의 고정관념이 지배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사회 곳곳 각 분야에서 여성의 활약이 눈부시다.
무엇보다 여성의 학력이 신장되고 남성들과 비슷한 수준의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결혼과 육아 등 여성들로서는 직장에서의 업무와 집안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잡기가 여전히 힘든 숙제로 남아 있다.
엄 변호사는 "평소 남편의 가사분담률이 높을 경우 시부모나 장인장모와의 갈등, 실직이나 사업실패 등 경제적인 위기에 처했을 때 부부가 갈등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밑천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