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만 취약지 인제군에 산부인과가 생겼어요" (인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분만 취약지역인 강원 인제군에 산부인과 개원한 가운데 2일 인제 고려병원의 산부인과 의사가 임신부를 상대로 외래진료를 하고 있다. 한편 강원권역은 그동안 전국에서 모성·영아 사망률 1위인 대표적인 분만취약지역으로, 임산부나 태아, 신생아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아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산부인과 개설은 의미를 더하고 있다. 2015.7.2 jlee@yna.co.kr
"산부인과가 없었을 때에는 위험을 감수하고 춘천까지 왕복 180㎞의 먼 길을 다녔는데, 인제에 산부인과가 개원해 정말 다행입니다."
강원 인제에서 직장을 다니는 임신 32주째인 정모(35·여)씨는 최근 인제 고려병원 산부인과 개원으로 한시름을 덜었다.
개원 이틀째인 2일 10여명의 지역 내 임신부가 인제 고려병원 외래진료를 다녀갔다.
정씨도 개원 전에는 간단한 검사를 위해서라도 춘천의 산부인과까지 먼 길을 다녀야 했다.
자신의 집에서 춘천의 산부인과까지 거리는 왕복 180㎞가량이다. 오가는 시간만 최소한 3시간이 소요된다.
아무리 예약 진료라 하더라도 산부인과에 도착해 순번을 기다렸다가 진료를 받고 귀가하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린다.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에 부응하고자 셋째를 임신한 정씨. 그런 그녀에게도 2주에 한 번씩 산부인과 진료가 있는 날은 힘든 일정을 감내해야 했다.
그나마 분만 취약지인 인제에 2주에 한 번씩 ’이동 산부인과’가 운영되면서 둘째부터는 이 같은 고통을 다소 더는 듯했다.
그러나 이동 산부인과의 검사는 한계가 있어 중요한 검사는 춘천의 산부인과를 찾아야 하는 등 불편은 매한가지였다.
특히 정씨는 둘째를 임신한 2013년 6월 출근길에 가벼운 교통사고를 겪었을 때는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 사는 자신을 심하게 책망하기도 했다.
당시 사고 직후 춘천의 산부인과로 가는 시간이 정씨에게는 마치 1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힘들고 무서웠다.
자칫 뱃속의 태아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승용차로 이동하는 내내 빌고 또 빌었다. 간절한 염원 덕에 둘째는 아무런 이상 없이 건강하게 태어났다.
셋째 출산을 두 달여 남겨두고 있지만, 산부인과 개원으로 남은 기간이라도 이 같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정씨에게는 축복인 셈이다.
정씨는 "산부인과를 가까운 곳에 둔 임신부들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스트레스가 크다"며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를 생각하면 산부인과가 5∼10분 거리와 1시간 거리에 있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전했다.
인제지역 산부인과 개원으로 지역 내 주둔하는 군부대 소속 10여명 여군들도 큰 걱정을 덜었다.
가뜩이나 2013년 2월 최전방 부대에서 근무하다가 임신 중 과로로 숨진 이신애 중위의 순직 사건으로 시름이 깊었던 임신 여군들도 산부인과 개원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산부인과가 개원했더라도 분만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반쪽 짜리 분만 취약지 지원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육군 모 부대 부사관인 허모(33·여)씨는 "지역의 숙원인 산부인과가 개원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심리적으로 큰 안정을 주고 있다"며 "다만 출산을 앞두고 있다 보니 분만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인제군과 병원 측은 "분만이 가능하게 하려면 신생아실, 분만실, 수술실(제왕절개), 입원실, 혈액은행을 모두 갖춰야 하고 의료진도 10여명이 더 필요하다"며 "10억원의 추가 지원이 있더라도 병원 운영에 관한 문제여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인제 고려병원에서는 전창준 부군수와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산부인과 개원식을 하고 외래진료에 나섰다.
이로써 도내에서 산부인과가 없는 곳은 정선군·고성군·양양군 등 3개 지역만 남게 됐다.
그러나 분만실이 없는 곳은 이들 3개 지역에다가 영월군·평창군·화천군·철원군·양구군·인제군 등 6곳을 포함해 모두 9곳이다.■
(인제=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