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 요리 연구가 이정민
글, 진행 : 장가현 기자
사진 : 조준우 기자
당신은 술집에서 왔다지만
창가(倡家)에서 온 줄 전 알아요.
어째서 한삼 위에
연지가 꽃처럼 물들었나요?
국그릇 밥그릇 마구 집어
내 얼굴을 겨냥해 던지네.
낭군 입맛이 변한 것이지
내 솜씨가 전과 다르겠소?
조선시대 이옥이 쓴 풍속화첩 『이언(俚諺)』에 나오는 한시의 한구절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여성이 등장해서 꿈과 욕망, 원망을 토로하고 있다.
왠지 모르게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다른 곳에 한눈을 팔고 있는 남편에게 그리움과 기다림의 恨(한)을 퍼붓고 있는 듯 하다.
아니나 다를까 허구헛날 술만 마시는 남편에게 옷에 묻은 입술연지 자국은 어떻게 된 거냐고 닦달을 하는 한 여인이 떠오른다. ’서방 복 없는 년, 자식 복도 없다’는 악다구니와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더니…’라는 신세 한탄이 마치 담장 너머 어느 집에서 들려오는 듯 하다.
남편을 생의 중심축이던 조선시대 여인들. 그녀들은 남편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요, 남편의 슬픔이 곧 나의 울기(鬱氣)의 근원이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여인네들은 삼복더위 앞에 남편 몸을 위해 보양식을 준비했다. 단순히 더위 앞에 기력회복을 위해서였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소위 ‘밤일’을 위해 남편을 걷어 먹이는 차원 그 이상이었을지 모른다.
조선시대에서는 비얌장어(조선시대 이름)는 ‘밤일’을 기대하는 아낙들에게 은밀하게 전해지는 훌륭한 보양식으로 통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복날에는 ‘도요노 우시노히(갯장어)’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기력회복의 스태미너로 장어만한 것이 없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아서였을 게다.
장어를 숯불에 굽고 소스를 발라 덮밥으로 즐겨먹는 일본인과 달리 한국인들은 혈액순환에 특효라는 부추를 넣어서 장어탕으로 끊여 먹었다.
“비얌장어~ 사세요. 먹어봐~ 오늘 밤이 달라져부려.”
장터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장사치의 비음섞인 음성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익숙하다.
비얌장어(조선시대 이름)는 최고의 스태미너 음식이다. 여성들에게는 피부미용을 위해 먹는다면 남성들에게는 ‘밤일’의 특효약으로 군림했다.
그렇지 않아도 장어에 있는 풍부한 비타민E는 지방산의 산화를 억제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며 혈액순환을 도와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적인데, 조선시대 여인들도 장아 한두 마리가 남편의 지병(持病)을 물리치고 힘이 불끈 쏟아날 수 있다고 기대했던 걸까
『동의보감』에서는 장어를 ‘만려어’라고 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오장의 허한 것을 보호하는 원기 보강 음식으로 현대에 이르러선 정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성질이 차고 맛이 달고 독이 없어서 여러 가지 상처나 가려움증에 효과가 좋고 오장이 허약한 것을 보해 주며 특히 폐질환에 좋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지방과 단백질의 함량이 높은 편이므로 많이 먹으면 소화장애를 일으키기 쉬워서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주의해야 하고 특히 몸이 찬 사람은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한편, 장어가 열의 채소 부추를 만났을 땐 업 그레이드 스태미너 음식을 거듭난다.
장어를 비타민A와 C가 다량함유 되어서 활성산소를 해독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부추와 함께 탕으로 끊여진다면? 삼복더위 즈음이야 기꺼이 물리치고 늦둥이 탄생에 힘을 보태지 않았을까? 살짝 기대해보는 건 무죄(無罪)다.
▶재료 : 장어 2마리, 부추 80g, 파 1대, 붉은 고추 1개, 청양고추 1개, 된장 1½큰술, 소금약간, 쌀뜨물 8컵
*국물용 향신 채소 - 마늘 3쪽, 통후추 3알, 대파 이파리부분 2대, 생강 1톨, 양파 ½개
<장어부추탕 만드는 법>
1. 장어는 등쪽에 칼집을 넣고 뼈를 발라낸 다음 3cm길이로 자른다
2. 깊은 냄비에 장어 뼈와 머리, 국물용 채소를 담고 쌀뜨물을 부어 중간불에서 1시간 정도 푹 고아 국물을 만든다.
3. 다른 냄비에 끓인 국물을 체에 받쳐 노란 기름을 걷어내고 맑은 국물만 받은 뒤, 된장을 풀어 끓인다.
4. 부추는 다듬어 씻은 후 3cm 길이로 썬다. 대파는 굵게 채썰고, 붉은 고추와 청양고추는 얇게 채썬다.
5. 된장을 푼 국물이 뽀얗게 끓으면 준비한 장어살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한소끔 끓이다가 준비한 채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 ▲완성된 장어부추탕 | ||
▶요리연구가 이정민(李姃珉)씨는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는 평범한 아줌마로 살던 그녀가 어느 날 난데없이 과감한 도전장을 내 던졌다. 다름 아닌 동서양의 요리들을 본격적으로 배워보겠다는 꿈이었다. 그 결과 한식·중식·제빵·제과·양식·일식 요리사 자격증을 획득해 재산목록 1호로 삼고 있다.
세상에 솜씨 좋은 요리연구가들은 많고 많다. 맛있는 음식이 지천에 널려있다. 너무 많아서 골라 먹기 힘들 정도다.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과연 어떤 음식이 절실할까? 인사(人事)에만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있는 것이 아니다. 먹거리에도 궁합이 있고 때에 따라 딱 맞는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 요리연구가 이정민씨는 수태식(受胎食)에 푹 빠졌다. 이른바 임신을 돕는 음식이다. 한국 부부 7쌍 중 1쌍이 임신이 잘 안 되는 난임부부이며, 실제로 한해 20만명의 난임부부가 불임시술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그녀는 한줄기 빛처럼 수태를 위한 치료식에 도전했다.
모태신앙으로 독실한 천주교인인 이정민씨. 불광동 성당에서 조리사로 근무하고 있는 그녀는 자연스럽게 신자들의 다양한 간절함을 목격하며 산다. 그중에 단연 자식을 얻고자 소망하는 기도를 빼 놓을 수 없었다는 것.
수태식은 난임부부들을 위한 도전이자 신의 한수다. 하느님은 병이 있는 곳에 그 병을 고치는 약을 마련해 놓았다고 하셨다.
본래 버드나무 껍질에 있는 ‘살리실산’이라는 물질이 해열작용을 해 왔고, 그것의 기전을 파악한 약학자들이 버드나무 껍질을 이용해서 아스피린을 만들어낸 것처럼 임신이 잘 되는 수태식이 분명 있다며 이정민씨는 새로운 도전장을 꺼내 들었다. 그녀는 매주 엄마 되는 메디컬 뉴스 <투비맘뉴스>를 통해 아기 쑥쑥 잘 낳게 만드는 수태식을 선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