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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백성을 위한 길을 연 ’고산자, 대동여지도’

수려한 풍광으로 단순 스토리 상쇄

글  구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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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중에서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이하 ’고산자’)는 강우석 감독의 스무 번째 영화이자 첫 번째 사극 도전작이다. ’공공의 적’(2002), ’실미도’(2003), ’전설의 주먹’(2013) 등 선 굵은 남성 영화를 만들어온 그가 만든 사극은 어떤 모습일까.

’고산자’는 조선 최고의 지도로 평가받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지리학자 김정호 선생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삶을 다룬 영화다. 고산자(古山子)는 김정호 선생의 호다.

김정호라는 이름과 대동여지도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으나 그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는지조차 정확하지가 않다. 남은 기록을 다 합쳐도 A4용지 한 장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그가 양반이 아닌 평민 출신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강 감독은 정보가 많지 않은 김정호를 영화화할 때 그가 대동여지도를 목판본으로 제작한 점에 주목했다. 목판본은 지도를 그려서 목판에 붙이고 그 그림에 따라 목판을 깎은 뒤 이를 다시 종이에 인쇄하는 방식이다. 지도를 일일이 손을 베낄 필요가 없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강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김정호를 대중과 지도를 공유한 인물로 상상했다. 이는 영화의 원작인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의 설정을 따른 것이기도 하다. 어느 시대나 지배층이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려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목판본을 통해 김정호를 정보의 민주화를 추구한 인물로 그리는 것은 설득력을 지닌다.

영화는 우선 김정호(차승원)를 지도 제작에 ’미친’ 사람으로 묘사한다. 3년 반이나 전국을 헤매다 집으로 돌아왔으나 하나뿐인 딸 순실(남지현)의 얼굴조차 못 알아본다. 지도를 새길 목판을 ’내 새끼’라고 여길 정도로 아낀다.’

그런 아비를 못마땅하게 여긴 딸 순실은 김정호에게 묻는다. "저랑 지도랑 물에 빠졌을 때 누굴 먼저 구할 건가요?" 김정호는 "당연히 우리 이쁜 딸이지"라고 답하지만 정작 극 후반 그런 상황이 닥치자 어떻게 행동할지 주저한다.

영화는 정확한 지도를 만들려는 장인으로서 김정호를 그리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시대와 개인간의 갈등이라는 축으로 이야기의 풍성함을 더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과 세력이 흥선대원군(유준상)과 안동 김씨 문중이다.

 

 

어린 고종을 앞세워 권력을 장악한 흥선대원군은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려는 중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알게 된다. 흥선대원군은 군현의 조직과 군사시설, 물류 유통의 경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동여지도를 손에 넣으면 안동 김씨 세력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겉으로는 ’나라의 정보는 나라가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이런 흥선대원군과의 갈등 과정에서 지도는 지배층이 아닌 백성 만인의 것이 돼야 한다는 김정호의 ’애민 정신’이 드러난다.’

강 감독은 자신의 첫 사극에서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김정호의 삶을, 그 자신이 해석한 김정호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알리려는 데에 주력한 듯하다. 그 탓인지 이야기의 얼개를 긴장감 있게 짜는 데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극의 반전이 없고 예상 가능한 수준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이야기의 단순함은 화면의 아름다움이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듯하다. 영화는 방방곡곡을 누비며 지도를 그린 김정호의 발자취를 좇아 우리나라의 절경을 스크린에 담았다.

백두산의 천지, 철쭉이 만개한 황매산, 얼어붙은 북한강, 일몰의 여수 여자만, 제주 송악산에서 바라본 마라도 등 스크린으로 옮겨온 풍경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유려하다.■

 

9월 7일 개봉. 전체 관람가. 129분.


 

 

[입력 : 2016-08-31]   구정모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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