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이승주 기자 |
| 김민재(金旼哉) |
여성에게 수태력은 자존심이며 무기다. 그 수태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월경이며, 매달 한 번씩 제때 찾아오는 월경은 일상생활에서 귀찮은 불청객이긴 해도 생명잉태가 충분히 가능한 몸이라는 증거이므로 내색하지는 않지만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만약 우쭐하게 일취월장해도 시원찮을 나이에 월경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떤 마음이 될까.
특히 20대 미혼여성들 사이에 조기폐경이 늘고 있다. 또한 결혼이 늦어진 30대~40대 노처녀들 사이에서도 ‘조기폐경’이라는 진단으로 청천벽력을 경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폐경은 난소에 더 이상 생식력을 가진 난자가 없어서 배란이 안 됨을 뜻하고, 배란이 안 되니 정자를 기다릴 일도 없고 생리를 할 일도 없는 상태다. 난자가 자람으로써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은 폐경으로 인해 고갈 상태에 이른다. 그야말로 갱년기가 개막되는 셈이다.
문제는 여성들의 경우 생식력의 산증인인 생리가 끊겨도 좀처럼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것. 특히 미혼여성들에겐 산부인과가 여전히 낯선 곳으로 인식되고 있기에 더 기피하게 된다. 심지어 산부인과 방문을 부끄러운 과거인양 의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지금은 결혼계획이 없더라도 장차 어머니가 되는 걸 마다하고 싶지 않다면 부인과적 문제가 있을 때 산부인과를 반드시 방문해서 처방을 받으라”고 강조한다.
최근 20~30대 여성들 사이에 자궁내막증, 불규칙한 생리, 자궁근종, 다낭성난소증후군 등의 부인과 질환의 발병 빈도가 기혼여성 못지않게 높아졌다. 최근 조사된 바에 의하면 자궁근종의 경우 35세 이상 여성 2명 중 1명, 가임기 여성의 40~50%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4년간 21% 증가세를 기록했다.
기자는 5월 13일, 강서 미즈메디 김민재 닥터를 만나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혼 여성들의 조기폐경과 난소, 자궁 건강 등에 대한 자문을 구해 봤다.
2011년부터 강서 미즈메디에서 불임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김 닥터는 자신 역시 늦은 결혼과 임신을 경험한 여성으로써, 미혼 여성의 가임력 보존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미혼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잘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부인과 질환이 생기더라도 태만한 태도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 “매달 정상 생리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정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면서 “(산부인과 병원에) 늦게 방문함으로 인해 난임이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를 배신하는 난소
▶ 불임병원에 근무하셔도 첫 아이 출산 연령이 높아진다는 걸 절실히 느끼나요?
“그럼요. 예전엔 불임병원을 방문하는 초진 환자들이 평균 30대 초반이었다면, 요즘은 30대 후반~ 40대입니다. 특히 강남권 환자분들의 연령대가 더 높으신 것 같아요. 우리 병원 통계를 내보니까 시험관 시술 평균연령이 강서는 평균 35세, 강남은 38세 정도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결혼이 늦어지는 것이 원인이겠죠.”
▶미혼 여성들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잘 모를 뿐 아니라, 생식력에 대해서도 문외한이 많지요?
“문제는 매달 꼬박꼬박 생리를 하면 난소 기능이 좋을 거라고 믿는다는 겁니다. 혹시 과거에 난소수술을 받았다던가, 조기폐경 가족력이 있는 경우, 그리고 35세가 넘었는데 아직까지 결혼계획이 없는 경우라면 난소기능 검사를 꼭 받아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리고 미혼 여성이라도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를 받아 보시는 게 좋긴 하지만, (미혼들은) 쉽지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초음파 검사를) 20대라면 최소한 2년에 한 번, 30대라면 1년에 한 번 정도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만약 성경험이 있다면 자궁경부암 검사를 1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하고요.”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어떤 산전검사를 해야 하지요.
“기본적으로 초음파 검사와 자궁경부암 검사, 그리고 기본적인 혈액검사를 포함하여 풍진항체, 간염 항체 등을 확인해보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난소 기능 검사도 미리 해두면 좋지요. (여성들은) 태어날 때 평생 쓸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난소 기능은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되돌릴 방법이 없거든요. 특히 앞서 말씀드린 난소기능 저하 위험성이 있는 분이라면 난소기능 검사를 꼭 받아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여성은 누구나 두 개의 난소를 가지고 있다. 두 개의 난소 안에 평생토록 사용할 난자를 담고 태어나는 셈. 태어날 당시 약 20~30만개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흔히 한 달에 한 개의 난자를 성숙시켜서 배란으로 소진한다고 해서 ‘평생토록 사용하는 난자가 약 450~500개’라고 계산해선 안 된다. 단 한 개의 난자를 배란하기 위해서 수십 개 이상의 난자가 함께 자라며, 만약 난소기능이 나이에 비해 많이 저하된다면 난소 노화와 함께 난소 안에 남은 난자까지 빠른 속도로 소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난소기능검사란 난소에 배란될 수 있는 난자가 얼마나 들어있는가에 대한 검사로, 그 여성의 수태력을 짐작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난소기능검사에는 생리 2~3일째 혈액검사를 통해 FSH(난포자극호르몬)와 E2(여성호르몬)를 수치를 파악하고, 초음파를 통해 6mm이하 난포갯수를 세는 AFC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난소나이를 알 수 있는 검사 중에서 최신은 AMH검사(항뮐러관호르몬)다. FSH호르몬과 E2호르몬 검사는 생리 2-3일째 해야 하지만, AMH검사는 생리 며칠 째 관계없이 혈액만으로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으며, 비교적 난소노화를 다른 검사에 비해 일찍 반영하고 있다. 사실 난소가 나이에 비해 노화가 진행이 되었어도 기존 FSH, E2, AFC 등에는 정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요즘 불임병원에서는 AMH 검사와 초음파 보기를 같이 실시해 봄으로써 더 정확하게 난소나이를 가늠하고 있는 추세다.
AMH호르몬은 난소 안에 있는 원시난포(미성숙난포)에서 분비가 되는 물질이다. 난포수가 많으면 수치가 높게 측정이 되는 등 나이별로 평균 수치가 예상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AMH호르몬 검사상 수치가 1.0근처면 43세, 2.0근처면 38-9세, 3.0근처면 34세, 4.0 근처면 30세 정도라고 짐작하면 된다. 만약 영점대에 머물고 있다면 폐경이 임박을 뜻한다.
▶ 미혼에게 난소기능 검사는 생소한 제안일 것 같아요.
“미혼여성 뿐만 아니라 기혼여성들도 난소기능에 대해서 너무 몰라요. 자궁경부암 검사는 계몽이 많이 되어 있어서 예방접종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난소기능 쪽은 정말 문외한이더라고요. (여성들이) 매달 생리를 하고 있으면 난소기능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생리가 안 나와서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고 폐경 사실을 알게 되면 깜짝 놀라는 거죠. 지금까지 생리가 잘 나왔는데 무슨 폐경이냐고요. 정말이지 결혼 계획이 있으면 난소기능을 검사를 한 번쯤 해보는 게 좋아요.”
▶ 미혼인데 AMH 0점대가 나오면 폐경인 건가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요. 어떤 사람은 혈액검사에서 AMH수치가 0.8로 나왔는데 난소 상태가 40대 후반까지 잘 유지되는 분이 있더군요. 또 어떤 분은 AMH수치가 2점대(난소나이 30대 중반후반)인데도 금방 안 좋아지시는 분도 있어요.”
▶ 폐경 임박이라고 해서 난소기능을 되돌린 순 없잖습니까.
“난소 기능은 한번 떨어지면 어떻게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의사와 상담해서 난자를 냉동해 놓는 걸 시도해 볼 수 있어요.”
▶ 폐경이 임박한 노화된 난자를 냉동해 놓는다고 해서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긴 해요. 난자동결은 배아동결(수정란 동결)에 비해 성공률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에요. 난자는 한 개짜리 세포인 만큼 해동하는 과정에서 손상되면 그걸로 끝입니다. (반면) 배아는 세포가 여러 개잖아요. 해동할 때 세포가 한 두 개 손상이 되어도 금방 복구가 되어요. 세포가 재생력이 있으니까요. 미혼인데 폐경이 코앞에 있다면 아무런 대책이 없이 넋 놓고 있는 것보다 난자를 동결해 놓는 것이 현재로서는 그나마 나은 방법이라는 겁니다. 물론 난자를 동결한다고 해서 나중에 무조건 임신을 한다는 보장은 없고, 실패율도 높기 때문에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 후에 결정하셔야겠죠.”
▶ 냉동난자를 해동했을 때 무사할 확률이 낮은가요?
“그런 편이죠. 해외 임상경험을 보면 난자를 해동했을 때 생존 확률은 65~90% 정도이고, 그 해동한 난자로 정자를 수정시켜 임신한 확률은 14~16%정도 밖에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난자동결 부분이 아직 초창기라고 볼 수 있어요. 아직까지 해동한 난자로 임신을 시도한 케이스 자체가 없어요. 열심히 동결만 하고 있는 거죠. 또 ‘난소’ 조직 자체를 동결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수술로 난소를 떼어야 해요. (난소 조직 동결은) 난자 동결보다 성공률이 더 떨어집니다.”
▶ 난자를 동결할 수 있는 병원이 국내에 많은가요.
“우선 불임병원은 다 가능할 겁니다. 미즈메디에서도 가능해요. 대학병원에서도 가능하고요. 대학병원에서는 암 환자가 많다보니 항암치료 전에 난자(혹은 정자) 냉동을 미리 권하게 되어요.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아무래도 생식세포까지 잘못될 수 있거든요.”
▶ 난자를 동결하는데 드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병원마다 차이가 있을 거예요. 시험관아기 시술 비용이 200만~400만 원인데, 난자만 동결할 때에는 난자 키우는 과배란(多난자를 키워내기 위한 주사제)주사 비용과 난자 채취 비용만 들어가니까 100만~200만 원 정도일 겁니다.”
<2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