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는 비는 안 오고 해만 쨍쨍, 무더위가 찾아왔다. 그것도 습한 더위로 인해 연일 땀으로 옷이 젖고 있다.
이처럼 여름철 더위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보양식을 떠올리게 되고, 보양식 하면 제일 ‘닭’을 빼 놓을 수 없다.
초복(初伏)은 삼복의 첫째 복으로 여름의 시초를 말하는 초복을 맞아 벌써부터 전국 마트에서는 생닭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더위에 지친 몸에 기운을 팍팍 북돋아줄 수 있는 음식 중에 닭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복날을 맞아서 충무로에서 닭백숙만 49년째 끓여서 팔고 있는 <사랑방칼국수>의 오금년(68)할머니를 만나봤다.
닭 특유의 냄새 안 나게 끊이고 닭 맛있기로 소문난 <사랑방칼국수>집의 오 할머니에게 ’닭백숙 잘 끓이는 비법’을 들어봤다.
‘사랑방칼국수’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오랜 맛집 중 한 곳이다. 더운 여름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에도 해가 지기도 전에 주린 배를 채우러 모여든 직장인들로 바글바글한 충무로 <사랑방칼국수>집. 다른 식당들처럼 번듯한 인테리어는 NO. 그때 그 시절 그대로, 허름하고 작은 옛날 2층 건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기자가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식당에 찾은 시간은 오후 3시. 다른 식당이라면 한산한 시간일텐데 벌써부터 닭백숙을 먹기 위한 손님들이 제법 차 있었다.
밥 먹을 시간이 아닌데도 삼삼오오 앉아서 닭을 먹고 있는 손님들은 주로 60대로 보이는 노신사들이었다.
오 할머니는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늙어가고 있는 영감이며, 우리 식당 40년 단골들"이라면서 “닭백숙을 끊은지 49년째가 되니 어릴 때 부모님과 왔던 손님들 중에는 결혼하고선 애들 손잡고 또 찾아온다"고 했다. 단골들 이야기로 오 할머니의 입가에는 웃음이 좍 번졌다.
“어제는 부산에서 백숙 먹겠다고 찾아온 손님이 아홉이었어. 한명이 우리 집에서 먹고 부산에 가서 친구들을 다 데려 온거라. 오늘 아침에는 여주에서 아가씨 다섯이 백숙 먹겠다고 찾아왔어요. 그 아가씨들이 오늘 마수(첫 손님)여!”
기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시 찾게 되는 이 집의 맛의 비결이 궁금했다. 본래 소문난 맛집들은 그 맛의 비결을 부모형제에게도 털어놓지 않는 법. 하지만 오 할머니는 기자의 간절한 눈빛에 스르르 마음이 녹아서 비법 중 일부를 공개해 주셨다.
▶ 담백한 백숙으로 끓이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해. 팔팔 끓는 물에 마늘을 많이 넣고 닭을 엎어서 삼십분 동안 끓이면 돼. 꼭 물이 팔팔 끓을 때 닭을 넣어야 해요. 찬물에다가 닭을 넣으면 물만 벌겋지 닭이 맛없어. 닭백숙은 닭 특유의 비린내가 나면 안돼. 괜히 이것저것 넣지 말고 마늘만 팍팍 넣고 푹 끊여.”
▶ 깐마늘 쓰지 않고 일일히 마늘을 까는 이유라도.
“깐마늘은 껍질을 벗기면서 물에 한번 씻어서 팔아. 그러면 마늘에 있는 매운 맛이 다 날아가. 그걸 넣고 백숙을 끓이면 맛이 없어. (그래서) 우리집은 마늘을 다 까서 쓰지요.”
▶ 맛있는 닭을 고르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희 가게에서는) 충남 청양에서 올라오는 1.2kg짜리 양계를 써. 그 정도 크기가 되는 닭이 제일 맛이 좋아. 또 보기에 깨끗하고 껍질이 크림색이어야 해. 껍질에서 윤기가 돌고 촉촉해야하고. 살이 두둑해야 맛이 좋지.”
오 할머니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랴, 손님들과 인사하랴 바쁘디 바빴다. 그럼에도 틈틈이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맛있게 드셨냐, 뭐 더 드릴 것은 없냐’며 손님들을 살뜰히 챙겼다.
한편, <사랑방칼국수>집의 숨은 맛 중에는 칼국수를 빼 놓을 수 없다. 칼국수에도 종류가 많다. 멸치 우려낸 물로 칼국수를 끓여서 내기도 하고, 초장에 맛있게 버무린 비빔 칼국수를 내기도 한다. 비빔칼국수 맛은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일품 중에 일품이다. 손님들은 닭백숙을 먹은 뒤에 각자 기호에 맞게 칼국수를 주문하면 된다.
| 위에서부터 멸치칼국수, 비빔칼국수 | ||
누구라도 <사랑방칼국수> 집에서 닭과 칼국수를 먹고 나면 배가 터질 것처럼 포만감이 밀려온다. 아니나 다를까 계산대 앞 다른 손님들도 배를 문지르며 나갔다.
허름하고 좁은 건물에서 49년째 닭백숙과 칼국수 장사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산지의 닭, 아침마다 담그는 김치, 직접 준비하는 싱싱한 재료 등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중에 으뜸은 오 할머니의 손님을 생각하는 정성스럽고 따뜻한 마음씨일 듯.
♣사랑방칼국수
주소 : 서울시 중구 충무로3가 23-1
전화 : 02-2272-2020
가격 : 백숙백반 8천원, 멸치칼국수 6천원,
비빔칼국수 6천2백원, 칼국수 곱배기는 2백원 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