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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명인> 김규흔, 한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꿈꾼다

글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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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문화 그 자체입니다. 한과는 기호식품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세시풍속과 제사, 혼례 등 우리 삶을 담아낸 문화유산입니다.
 
한과에 담긴 문화가치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프랑스 음식 문화나 김치의 김장 문화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과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되면 명절 같은 특별한 날에만 먹는 과자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디저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한과에는 쌀, 찹쌀, 보리, 대추, 도라지 같은 우리 농산물이 모두 재료로 들어가기 때문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면 쌀 시장 개방으로 어려움을 겪는 생산 농가의 고통도 덜어줄 수 있습니다.” (김규흔 신공전통한과 대표)
 
 
지난 35년 동안‘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는 좌우명을 되뇌며 한과 대중화와 세계화에 힘써 온 김규흔(62) 신궁전통한과 대표는 김장 문화처럼 한과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인생의 과제로 여기고 있다.
 
한과 분야에서 ‘한과 대통령’으로 불리는 김규흔 대표는 2005년 국가 지정 한과 명인이 된 데 이어 2013년엔 대한민국 한과명장 1호로 선정됐다.
 
김 명장은 “전통한과의 고갱이는 지키되 끊임없이 새로운 맛과 영양, 모양, 포장 등을 연구·개발했다”며 “우리나라 한과에서 최초라는 단어가 붙는 건 내가 다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그의 호칭 앞에는 한과의 최초 낱개 포장, 천연성분 개발로 한과 최초 유통기한 연장, 최초 초콜릿유과 개발, 최초 쌀약과 개발 특허, 기능성 한과 최초 개발, 최초 한과 박물관 개관 등의 수식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특히 홍삼꿀약과, 녹차꿀약과, 초콜릿유과·약과 등 새로운 한과를 개발했다. 또 서울 아시안게임 협력업체, 서울 올림픽선수촌 한과 납품,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다과상품 공급업체 지정, 2007년 설과 추석 대통령 선물세트 납품 등 한과 납품 이력도 화려하다.
 
한과는 우리의 전통 과자다. 옛 문헌 기록에 따르면 한과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그 종류가 크게 7가지로 구분되고, 다시 모양이나 재료 등에 따라 254가지로 나뉜다.
 
찹쌀가루에 콩물과 술을 넣은 반죽을 삶아서 얇게 밀어 말렸다가 기름에 튀긴 다음 쌀 고물을 묻힌 유과, 밀가루를 주재료로 해 기름과 꿀을 부재료로 섞고 반죽해 빚어 기름에 지진 약과, 녹말이나 송홧가루 등을 꿀로 반죽해 다식판에 찍어낸 다식, 식물의 뿌리나 줄기, 열매를 살짝 데쳐 꿀이나 조청 또는 설탕물로 조린 정과, 곡식이나 견과류를 조청 또는 엿물에 버무린 엿강정, 과일을 익혀서 만든 숙실과, 과즙에 녹말이나 꿀을 넣고 졸여서 굳힌 과편이 그것이다.
 
 
 
오롯이 한길만 걸어온 열정과 신념
 
김 명장의 한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과 변화다. 6
 
0가구 정도가 모여 사는 경북 영덕의 작은 어촌에서 태어난 김 명장은 19세 때 무작정 상경해 섬유회사에 취직했다.
 
서울 생활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한과의 시작은 인연에서 비롯됐다. 군대에 다녀온 뒤 세 들어 살던 집 아주머니 소개로 부인을 만났다. 당시 처형과 동서가 운영하던 한과공장에서 일한 것이 운명을 바꿨다.
 
관리자로 일하면서 ‘한과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고, 이후 한과에 관한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2년 남짓 한과 공장에서 일하다가, 1981년 27살 때 서울 월계동의 동네 시장 골목에 10평 남짓한 한과 공장을 차렸다. 다른 한과 공장보다 생산량도 달리고 납품하는 가게 수도 훨씬 적었다.
 
납품할 곳이라고는 전통시장밖에 없던 시절이라 장사도 안되고 재료비도 비싼 이중고를 겪었다. 한과를 자전거에 싣고 도매상을 전전하면서 한 개라도 더 팔려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지만 규모로는 경쟁이 안 됐다.
 
“다른 공장은 밀가루 100포와 엿 100통을 도매가로 사들여 한과를 만들어 팔 때 나는 겨우 밀가루 5포와 엿 1∼2통을 비싼 소매가격으로 사서 한과를 만들어 팔 수밖에 없었어요. 똑같은 원료로 똑같이 만들면 도저히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 새로운 한과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당시 약과의 모양은 천편일률적이었다.
 
연꽃 모양과 마름모꼴 약과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 시장에서 반응이 좋았다.
 
다른 업체가 모방하면 다시 새로운 모양을 만들었다.
 
한편으로 한과의 맛을 바꿨다. 모양과 달리 맛이란 모방하기가 어려워 모방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여유가 생겼다.
 
다른 업체가 맛을 모방할 동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그래서 시장에선 ‘김규흔은 한과시장을 선도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됐고, ‘김규흔이 출하하는 한과의 종류와 양에 따라 시장의 한과 가격이 좌지우지되며 달라진다’는 말이 오갔다.
 
젊은이 입맛에 맞춰 초콜릿과 한과를 접목하는 등 좀 더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김규흔만의 한과’를 개발하고 싶은 욕심에 한과 170여 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또 쌀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과와 제조 방법, 저장성과 식감을 높인 유과 제조 방법, 조직 경화가 지연되는 약과제조 방법, 녹차를 함유한 전통한과와 제조 방법, 홍삼을 함유한 전통 한과와 제조 방법 등을 특허 출현·등록했다.
 
김 명장의 한과는 재료부터 남다르다.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한 국내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인공색소 대신 백년초나 치자, 송홧가루 등 천연재료로 색을 낸다. 자연 재료를 이용한 만큼 달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다.
 
공정 또한 남다르다.
 
 
젊었을 때부터 모든 한과를 만들 때 제작일지를 기록하는 습관을 유지했다. 특이 사항은 물론이고 그 날의 일기와 습도, 온도까지 세심하게 기록을 해둔다. 사무실 내 오래된 철제금고에는 돈이 아닌 이 제작일지 수십 권이 보물처럼 들어가 있다.
 
내일 약과를 만든다고 하면, 지난 3년간 제작일지를 차분히 살펴보면서 만드는 제조법(레시피)을 조정하는 시간을 가진다. 예를 들어 2016년 7월 1일에 한과를 만든다고 하면 지난 2015년과 2014년 그리고 2013년 7월 1일의 제작일지를 주축으로 살펴보며 3년 동안 날씨나 온도, 습도가 어땠는지, 어떤 제조법으로 만들었는지, 그 맛은 어땠는지 등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제조법을 만든다.
 
조그맣게 시작한 한과 공장은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통해 성장했다. 경기도 의정부를 거쳐 1995년 포천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한과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50여 개국을 돌며 해외 시연과 홍보에도 앞장섰다. 서양의 요리 장인들은 재료와 제조법에 대해 듣고는 발효식품이라는 것에 놀라고, ‘약보다 더 좋은 음식’이라고 찬탄했다.
 
 
김규흔한과
 
 
세 살 입맛이 평생 간다
 
김 명장에게 한과는 아련한 추억이 담긴 음식이다. 먹거리가 풍성하지 않은 어린 시절, 한과는 제사 때나 명절에 겨우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배가 아프면 할머니는 한과 중에서도 찹쌀로 만든 산자를 꺼내 조금씩 쪼개서 먹이시곤 한 게 기억이 나요. 산자의 맛에 취해 배 아픈 것도 잊고 더 먹으려 안달하면 할머니는 조금씩 먹어야 한다며 꾸짖으셨죠. 발효로 인한 효능이 장운동을 촉진해 배 아픈 것이 나은 거죠.
 
요즘도 그 시절 한과 맛을 떠올릴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한과의 우수성을 떠나 손자에 대한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이 느껴져요. 내가 제일 맛있게 먹은 한과는 내가 만든 한과도, 내가 개발한 한과도 아닙니다. 어릴 때 먹었던 한과가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맛으로 기억됩니다.”
 
‘세 살 입맛이 평생 간다’고 믿는 김 명장은 인스턴트식품에 익숙해져 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한과의 맛과 올바른 문화를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2008년 포천에 한과문화박물관 ‘한가원’을 열었다.
 
한가원의 1층 전시실에서는 한과의 제작 과정, 재료, 역사와 유래, 종류를 알 수 있고, 2층 전시실에서는 계절에 따른 한과, 전통차와 한과, 한과와 세계 과자, 한과의 제작 도구 등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직접 한과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365일 맛있는 한과를 만들고 싶은 열망에 묻혀 사는 김 명장은 “한과 중 대표적인 유과는 찹쌀을 천연 발효시켜 만든 발효식품으로 김치, 된장과 같이 소화를 돕는 효소가 있어 위장의 기능도 돕는다”며 “한과는 외국 과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건강식품”이라고 강조했다. ■

 

(포천=연합뉴스)
    

[입력 : 2016-07-21]   이창호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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