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제공 연합뉴스 | ||
“엄마, 가슴이 커지는 것 같아요.”
주부 A씨는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렇지 않아도 비만인 것 같아 여간 걱정이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이 커진 듯해 벌써 사춘기가 시작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졌다. 요즘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 ‘성조숙증’이 이슈인데, 혹시 내 딸에게도 그런 일이 있을까봐서 며칠 밤을 설쳐야 했다.
‘성조숙증’은 유방, 고환 등의 생식기가 급속도로 발달하는 2차 성징이 8~9세(여아 8세, 남아 9세) 이전에, 또래 아이들 성 발달 평균 속도에 견주어 상위 5% 안에 들 정도로 빨리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나와 같은 연령의 친구 100명을 놓고 봤을 때 어른스러워지는 속도가 5등 안에 들면 성조숙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성조숙증 어린이가 늘고 있다. 여아 10명 중 9명이 성조숙증에 걸린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영양과잉으로 인해 나이별 평균신장과 체중이 예전에 비해 높다고 해도 만11세 이후부터 18세까지 사춘기를 맞아야 정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치료받은 만 5~14세 어린이는 2007년 9,807명에서 2011년 4만8,568명으로 집계되었다. 불과 5년 만에 5배가량 급증했다는 얘기이다.
성조숙증 여아의 경우 키 성장에 방해를 받는 것보다 더 큰 걱정이 생긴다. 방치할 경우 조기폐경 등 미래 잠재적 난임 위험군에 속할 수 있으므로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급증하는 성조숙증 환아가 많아지는 것을 놓고 과잉진료와 과잉치료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통계적 수치는 성조숙증 확진 숫자가 아니라 치료건수라는 것.
GH성장클리닉 김대현(45) 원장은 “성조숙증으로 진단이 되었다고 해도 모든 어린이가 치료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호르몬 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해보고 성 발달이 너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거나, 성조숙증으로 인한 신체발달에 적응하지 못해서 정서적 심리적 불안감이 조성되는 등 치료가 필요할 경우에만 잠시 성 발달을 멈추게 하는 호르몬 억제주사를 투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키 성장 속도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 너무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성조숙증으로 예측하거나 의심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주부 A씨의 8세 딸은 과연 성조숙증일까? 성조숙증이라면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까?
김 원장은 “비만인 여아의 경우 살이 많이 쪄서 가슴이 나온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가슴을 만졌을 때 멍울이 없고 음모도 없으며, 2차 성징이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면 성조숙증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키가 또래 아이들보다 훌쩍 크고, 비만이라는 이유로 급속도로 2차성징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는 얘기다.
김 원장은 “남녀 모두 2차 성징이 나타난다는 것은 수태능력을 획득하는 시작의 신호"라면서 "몸에서 수태능력을 위한 모든 네트워크가 완성되었다면 비로소 난자가 자람으로써 배란이 되고 생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딸이 이른 나이에 가슴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아프다고 호소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조숙증으로 의심해선 안 된다"는 것. 실제로 성조숙증을 의심하여 초음파검사를 해보면 대부분은 전혀 유방조직이 성숙될 기미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여아의 경우 사춘기 이전에는 가슴 발달이 전혀 없다가 사춘기 초기에 멍울이 잡히고, 사춘기 중기에 접어들어서야 나뭇가지 모양의 유선조직이 발달하면서 유방조직이 커진다. 사춘기 후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유두가 커지고 유선 조직이 대부분 자라난다. 그러므로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김 원장은 "일부에서 키가 너무 빨리 자라거나 비만으로 인한 큰가슴만으로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며 호르몬 억제 치료를 권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실제로 자녀의 성조숙증을 의심하여 병원에 데리고 오는 경우 10명 중 2~3명만 호르몬 억제 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자였다"고 지적했다.
| ▲성조숙증에 대해 설명 중인 GH성장클리닉 김대현 원장 | ||
자녀가 성조숙증 확진을 받았다면, 특히 남아의 경우 특정 질환과 연관될 수 있으므로 더욱 면밀히 살펴야 한다.
여아는 특별한 병변 없이 성조숙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80%, 난소 종양이 원인인 경우가 15%, 대뇌 병소가 있는 경우가 5% 정도를 차지하는 반면, 남아는 나쁜 원인 질환이 없는 특발성이 50%, 대뇌 병소가 있는 경우 20%, 부신 피질 과형성 혹은 종양이 25%, 고환 종양 5% 등의 원인 분포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남녀 모두 사춘기 기간(평균 12세~18세)에 키가 최종적으로 성장하고 마감한다”면서 “사춘기 이전에는 성장호르몬의 영향으로 키가 자란다면, 사춘기가 되면 에스트로겐과 같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6~7년간 여학생은 15~20cm, 남학생은 25~30cm 더 자라다가 키 성장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면서 “만약 사춘기가 3~4년 빨리 온다면, 다른 친구들보다 3~4년을 더 빨리 키 성장이 멈추게 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춘기가 늦게 왔다면 몇년을 더 자랄 수 있는 키가 자라지 못한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키가 작은 이유는 사춘기가 남자에 비해 2년 더 빨리 오기 때문이었던 것. 물론 누구라도 신장의 기본적인 사이즈는 유전적인 요인을 밑바탕에 두고 계산해야 한다.
그렇다면 성조숙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김 원장은 “과잉영양, 스트레스, 환경호르몬 등도 무시할 수 없지만 유전적인 부분이 크다”면서 “출산 때 체중과 키가 평균 이하였을 경우, 부모의 사춘기 시작 연령, 형제자매의 사춘기 시작 연령 등을 고려해서 아이의 성장발달속도를 또래 연령과 비교해서 잘 살피고서 의심이 되면 호르몬 검사 등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조숙증 확진을 위해 기본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호르몬수치(FSH호르몬, LH호르몬)를 파악하고, 유방초음파와 엑스레이를 통해 뼈 사이즈를 체크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김 원장은 “월경은 체중과 연관성이 없지 않다”면서 “여아의 경우 체중이 48kg 넘고 체지방율이 20% 이상이면 인체가 생식력을 갖출 토대가 완성되었을 것이며, 곧 2차 성징이 시작될 수 있다”면서 “단, 체중 48kg라는 것에 연연해서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키면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불임의사들은 “여성의 경우 초경이 너무 빨라치면 조기폐경을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확보한 난자를 사춘기 때부터 매달 사용하는, 이른바 한정소멸식 구조이기 때문에 너무 이른 초경은 장차 조기폐경 위험군에 속한다는 예고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폐경’은 생명잉태를 해야 할 난자가 없다는 걸 의미하며, 이것은 곧 임신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성조숙증 치료는 간단하다.
성선자극 호르몬분비 호르몬 유사체(GnRH agonist)를 한 달에 한번 피하 또는 근육 주사하면 된다. 뇌하수체 시상하부에 있는 배란중추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이 주사는 불임병원에서는 자궁내막증 등을 치료하기 위한 호르몬억제제로 혹은 시험관시술에서 임의로 다(多)난자를 키워내기 위해 처방한다.
일명 호르몬억제제라고 불리는 이 주사는 불임에서는 기존 배란중추를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폐경의 효과를 내는 목적(시험관 장기요법)으로 투여하지만, 성조숙증 여아 혹은 남아에게도 치료를 위해 투여를 할 수 있다. 여아가 이 주사를 맞으면 매달 자라는 난자가 자라지 않고 배란이 안 되며, 남아는 고환의 발달이 잠시 멈춰진다.
이 때문에 성선자극 호르몬 분비 호르몬 유사체(GnRH agonist)를 맞음으로써 여아는 유방이 작아지고 월경이 사라지게 되며, 남아는 고환의 크기가 감소하고 음경 발기나 자위행위, 공격적인 행동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간단하게 현재의 성 발달 진행을 일시적으로 유예시키는 주사인 셈이다.
최근 성조숙증을 늦추기 위해 맞는 주사제가 오히려 난임을 야기하고 암을 발병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김 원장은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성조숙증을 놓고 봤을 때 한 가지 걱정이 더 있다. 김 원장의 말을 빌자면 “여아는 유방 등 겉으로 보이는 성조숙증을 파악할 수 있지만, 남아는 성조숙증을 놓치는 예가 많다”는 것.
남아의 경우 고환의 크기로 2차 성징을 파악해야 한다. 작은 고환이 대추 정도의 사이즈가 되었을 때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이며, 고환이 커짐으로써 비로소 음경도 발달하고 음모가 무성해진다.
하지만 아들의 성조숙증을 놓치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아들의 고환을 일일이 체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성조숙증은 부모들의 세심한 관찰과 주의로 얼마든지 체크할 수 있으며,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무분별한 과잉치료여선 안 된다는 것. 무엇보다 “현명한 부모라면 평소 예리한 눈으로 소중한 내 아이를 잘 체크해야 미래 부모가 되는데 지장 없는 아들, 딸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