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경의 해피톡
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
(신디 메스턴‧데이비드 버스 지음, 사이언스북스)
“오세요 내 사랑, 와서 저를 당신의 힘세고 부드러우며 탐욕스런 두 손으로 안아줘요..” “(섹스 후에) 내 몸이 나무토막이 아니라 폭신폭신한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걸 느껴요.”
20세기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이며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으로 유명한 시몬 드 보봐르가 미국작가 넬슨 앨그렌에게 보낸 노골적인 표현의 <연애편지>를 읽었을 때 난 존경하는 여선생님의 잠자리를 엿보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그녀의 책 <제2의 성>을 보고 페미니즘에 눈 떴고 사르트르와 평생 결혼식이란 형식적 관계로 묶이지 않았으면서도 ‘그를 생각하지 않고 잠든 밤은 하루 밖에 없었다’ 등의 문장으로 계약결혼을 동경하게 한 시몬 드 보봐르가 아닌가. 그런데 그가 암코양이처럼 갸르릉거리는 목소리로 “안아줘요~”라고 교태를 부리는 장면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세기의 지성’이라도 머리만 있는 게 아니라 몸도 있는 존재임을 이해했다.
섹스는 인간이 나누는 가장 직접적이고 궁극적인 ‘소통법’이면서도 여전히 금기시된 주제였다. 누구나 즐기고 행복하게 누릴 권리이지만 정작 그들이 성생활을 당당하게 공개하면 금기가 깨진 듯 불편하고 당혹스럽다. 특히 여성들은 섹스에 관심을 보이면 ‘옹녀’, ‘밝힌다’ 등의 비난을 받고 무관심하면 ‘목석같다’, ‘내숭 떤다’ 등등으로 매도된다.
미국에서 ‘섹스 앤 더 시티의 임상버전’이란 평을 받은 <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는 진화심리학자 메이비드 버스와 여성 성(性)전문가 신디 메스턴이 너무나 중요하지만 지금껏 모든 이들이 간과해온, 혹은 차마 묻지 못했던 질문을 던져 여성들의 답을 정리한 책이다. 원제도 <왜 여자들은 섹스를 할까>(WHY WOMEN HAVE SEX>다. 이들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전 세계 다양한 인종과 민족, 연령, 성 정체성을 가진 1000여 명의 여성들과 직접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무엇이 여성들로 하여금 섹스를 하게 만드는지 실제 동기를 밝히고 이 동기들이 여성의 성 심리에 존재하는 이유를 심리학‧진화학‧생리학‧의학 등 다방면의 과학적 도구를 사용해 분석했다.
그런데 여성들이 밝힌 동기를 조사해보니 그 이유가 237가지였다. 첫눈에 반한 육체적 끌림, 정복욕이나 성취감, 배우자에 대한 배려나 의무, 복수심과 질투, 두통 등의 치유목적 등 동기도 다양하다. 또 성애를 지속적으로 나누는 이유 역시 ‘안하면 남편이 짜증낸다’는 이부터 ‘이 세상 만물의 에너지를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는데… 본질을 말하라면 그것은 신이다’란 표현에 이르기까지 극과 극이다. ‘다른 여자들에게 딱지맞는 것이 불쌍해서’ ‘지독히 못생겼지만 너무 웃겨서’ 등도 남성을 섹스 파트너로 고른 이유다. 저자들은 질문에 응한 여성들의 답변은 물론 성과 관련한 온갖 풍성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치 남사스럽고 혹은 뻔할 수도 있는 내용을 진지하면서도 흥미롭게 펼쳐 ‘유익하면서도 맛있는 요리’를 차려냈다.
왜 여성들이 남자들의 큰 키, 향기, 낮은 목소리에 약한지가 이 책에는 소상하게 밝혀져 있다. 여성은 남자들에게 자손의 씨앗을 받고 그 후에도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하기에 유전학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DNA를 갖춘 남자에게 이끌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성관계는 물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성격, 특히 유머감각과 자신감이다. 유머감각은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주고 자신감은 여성에게 당당히 성관계를 요구하며 자신이 멋진 남자라고 포장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무엇보다 저자들의 풍부한 사례와 임상 경험,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문장에 감탄했다. 전문작가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쓸 수 있을까. 우리 교수님들이나 학자들은 참 쉬운 이야기를 하염없이 어렵게 표현하는 걸 사명감으로 아는데 말이다.
또 ‘섹스를 왜 하는가’란 생뚱맞은 질문에 이토록 다양하고 진솔한 답변을 해준 여성들의 솔직함과 자연스러움이 놀랍다. 물론 직접 대면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상으로 한 것이긴 하지만 누군가 내게 그런 질문을 던지거나 성생활이 만족스럽냐고 할 때 난 구구절절 답변을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주장했듯 확실한 것은 있다. 여성은 절대 정신적인 사랑이 없이는 육체적 성관계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여성이 표현했듯 성관계는 두 사람이 공들여 피우는 꽃이다. 그저 요가나 레슬링을 하듯 성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살펴 배려하는 마음이 만족스럽고 행복한 성애를 완성한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