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영화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칠드런 오브 맨 Children of Men>이라는 영화가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인간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인데,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임신이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한다. 이미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유산되고, 아무리 노력해도 새 생명은 탄생하지 않는다. 그렇게 30년의 세월이 흐르자 사람들은 절망에 빠진다. 곳곳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인류는 미래에 대한 어떠한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삶을 산다. 그러다가 한 흑인 소녀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그 소녀가 안전하게 출산하도록 돕는다는 내용이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지 모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오는 2030년 5216만 명을 정점으로 해서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는다고 한다. 인구 감소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다는 뜻이다. 이런 변화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심각한 저출산이다.
저출산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참으로 다양하다. 첫째,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절대 인구가 줄게 된다. 태어나는 아이는 적고 수명은 늘어나니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이 가중되는 고령화 사회로 이어진다.
둘째, 사회의 활력이 떨어진다.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노동 생산성도 감소해 국가의 경제 성장률과 성장 잠재력이 둔화된다.
셋째, 개인 삶의 질이 저하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이런 불안감 때문에 저출산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저출산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 둘을 낳는다면 국가의 인구는 큰 변화 없이 원만히 유지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가구당 1.4명에도 못 미친다. 이는 미국, 프랑스 같은 선진 국가의 출산율보다 낮은 수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한 세대 만에 급격히 저출산 국가로 변화했을까? 우리나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사회 전체 문제와 개인 가정 문제, 두 영역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사회 영역에서는 우선 공동 육아의 부재가 문제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육아를 각 가정에서 책임져야 할 개인의 영역으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사회가 산업화, 서구화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전통적으로 해 온 출산과 육아라는 여성의 역할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육아를 개인 영역에서 사회 영역으로 끌어내 공동체가 책임져야 한다.
개인 영역에서는 결혼과 출산의 연령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문제가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결혼 연령은 남성 32세, 여성 30세를 이미 넘겼다고 한다. 결혼이 늦으면 출산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또 결혼 후에도 여성의 사회생활이나 가정 경제 문제로 출산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출산을 늦추다 보면 결국 노산이 늘어나고, 나중에는 아이를 원해도 임신이 안 되는 불행한 상황이 벌어진다.
또 환경 문제와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남성의 정자 수가 급속히 감소하고 정자의 기형도 늘어나고 있다. 여성은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난자의 생성과 배출에 문제가 생겨 불임이 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성과 남성의 생식 기능이 모두 정상인데도 임신이 안 되거나 임신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아울러 임신 후에도 유산 위험성이 높고, 저체중아나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원한다고 해서 임신을 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임신하더라도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를 낳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젊은 부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계획 임신이다. 대부분이 임신한 다음에야 임신·출산 관리에 들어가는데, 이는 참으로 안이한 태도다. 기적과도 같은 새 생명을 아무 준비 없이 탄생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계획 임신의 중요성을 이미 오래전부터 깨닫고 실천해 온 민족이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두뇌가 뛰어난 민족으로 평가받는 유대인이다. 유대인은 부모가 되기 전에 이미 부모 역할과 자세를 학습하고, 임신 전부터 부모 학교 등에 다니면서 교육받고 출산 경험자들을 만나 육아를 미리 익히기도 한다.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를 낳는 것은 모든 부모의 희망이며, 그런 아이들은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우리나라의 희망이기도 한다. 이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이의 탄생과 양육, 교육에 희망을 갖고 축복하며 함께 키운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이와 함께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질 때 저출산 문제는 반드시 극복될 것이다.
▶홍영재 원장은 1943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차병원 산부인과 과장, 건대부속 민중병원 산부인과 과장을 역임한 바 있다. 1981년에 강남에서 홍영재산부인과 개원, 20년간 무려 4만여명을 아기를 받은 분만분야에서 베스트 닥터다. 현재 산타홍클리닉 원장. 연세대 의대 총동창회장이며, 저서로는 <나는 아기에요> <임신과 출산> <아기의 첫 365일> <타이밍임신법> <아기는 총명하게 키워라> <암을 넘어 100세까지> <청국장 100세 건강법> <홍영재의 젊은생각> <오색섭생> 등이 있다.








































